
2004년 12월 29일, “색스 박사님께”로 시작하는 수전의 편지가 발송됐다. 수전은 발송 직전까지 망설였다. 자신의 시각 장애 극복기를, 부풀린 과장이나 망상으로 치부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색스 박사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한 통의 편지로 이들의 특별한 인연은 시작됐다. 책은 미국 신경과학자인 수전 배리와 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을 쓴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서간집이다. 이들은 10년간 15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학문적 동료이자 인간적인 친구로 발전했다. 그리고 편지는 2015년 8월 30일 올리버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8월 초까지 이어졌다. 수전은 마흔여덟 살이 될 때까지 ‘입체맹’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두 눈의 초점을 한 곳에 맞춘 뒤, 양쪽 눈에 입력된 정보를 뇌에서 통합해 단일한 3차원 이미지를 본다. 그러나 수전은 3차원 공간감을 느끼지 못하고, 물체의 깊이나 거리를 정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