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버려진 ‘50년 일기’, 5년간 주인 추적기

132235979.4.jpg어느 공사장 옆, 손때 묻은 공책 148권이 버려져 있다. 슬쩍 들어 펼쳐 보니 누군가가 빼곡히 쓴 일기장들이다. 낯선 이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이 공책들을 독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스튜어트: 거꾸로 가는 인생’ 등을 펴낸 영국 전기 작가인 저자는 슬쩍 일기를 훔쳐보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 하루 평균 1시간 23분씩, 50년간 쓴 것으로 추정되는 방대한 일기장을 샅샅이 탐독하면서 이름도 성별도 모르는 일기장의 주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무려 5년 동안. 일기 속 실마리를 따라 주인을 밝혀내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주인이 생리통에 관해 쓴 대목에서 성별을 짐작하고, 1958년 한 공공도서관에서 기간제 사서로 일했던 기록을 발견한 뒤에는 그 도서관을 찾아가 과거 직원 목록을 확인한다. 일기란 “앞뒤 맥락도 없이 감정에만 치우쳐 기록되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로 관점을 흐려놓기에” 우여곡절이 이어진다. 필적학자까지 찾아가 일기 주인의 성격을 추측한다. 책은 위트 넘치는 문체 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