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하반기 어느 날이었다. 기술연구소에서 마케팅팀에 무엇인가 개발했다고 알려왔다. 연구소의 근간이 되는 기술은 콩을 발효시켜 맛있는 액을 내는 것이다. 또 다른 발효액을 가져오나 보다 했다. 그릇에 담긴 거무스름한 액체를 별 기대 없이 반 스푼 떠서 먹었다. ‘이게 간장이야?’ 싶을 정도로 감칠맛과 깊은 맛, 정말 ‘맛있는 맛’이 입안을 채웠다. 뭐든지 만들면 될 것 같은 원액이었다. 이 소재로 어떤 시장을 만들 수 있을까. 마케팅팀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즐거운 맛을 만들어 보자’2007년 기술연구소 리서치 총괄로 입사한 허병석 박사(현 기술연구소 소장)에게 사장은 ‘세계인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맛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60년 남짓 간장을 주축으로 한 장(醬)류 제품을 국내 시장 위주로 팔고 있었다. 해외 시장에서도 먹힐 우리 맛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었다.허 소장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간을 맞추다’ 할 때의 간이었다. 간장의 간이었다. 간은 흔히 짠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