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와 김환기 어우러진 ‘흙의 노래’

132245576.1.jpg‘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때에도/그대(술병)가 상에 놓이지 않으면/어떻게 손님을 즐겁게 하랴!(花月令辰/非爾在牀/曷以娛賓) … 쓰기에는 아름답지만/모든 허물이 여기서 비롯된다(用之斯美/百咎攸自).’ 표주박처럼 둥근 몸에 가늘고 긴 입을 가진 백자 위에 푸른색 글씨로 한시가 적혀 있다. 손님을 대접하는 상에 올랐을 이 백자는 술의 정취를 노래하면서도, 절제하지 않으면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옛 시절의 낭만이 가득한 이 술병부터 기울어진 달항아리, 깊은 검은색의 흑자(黑瓷)와 분청사기까지 조선 시대 도자기와 한국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기획전 ‘흙으로부터’가 20일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분청사기와 박영하의 회화 작품 ‘내일의 너’로 시작한다. 분청사기의 투박한 질감과 회화 작품 속 거친 천연 안료가 교차하는 가운데, 달항아리 도자기 옆에는 한국 어디에서나 보이던 항아리를 그린 송현숙의 연작이 전시됐다. 송현숙은 1970년대 파독 간호사로 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