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브라운 컬러의 매력

132228057.1.jpg전 세계에서 매년 약 80억~150억 벌의 의류가 생산된다. 그러나 이 중 상당수는 팔리지 않거나 사용 후 곧바로 폐기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약 9200만 톤의 섬유 폐기물이 발생하며 그중 87% 이상이 매립·소각되고 재활용률은 고작 1%에 불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패션계에서 ‘지속가능성’은 럭셔리와 맞닿아 있다. 오늘날의 럭셔리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숨기는 법을 더 잘 안다. 대담한 로고 대신 오래 입을 수 있는 견고한 소재와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 그리고 보다 절제된 색감에 집중한다. 깊고 그윽한 브라운 컬러가 유독 시선을 끄는 이유다. 우리가 브라운 컬러에 열광하는 건 단순한 취향을 넘어선다. ‘흙에서 나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섭리처럼, 본능적으로 사람들은 흙빛에서 안도감을 찾아왔다. 일상의 풍경을 담담히 그린 19세기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가 화폭 대부분을 브라운 톤으로 채운 것도, 1970년대 히피들이 갈색 계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