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던 건 ‘총’과 ‘쇠’ 덕도 있지만 그들이 가져온 전염병이 진짜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과거 유럽의 병원균에 노출된 적 없던 원주민은 감기나 장염에도 치명적 증상을 보였다. 1518년 발생한 천연두 탓에 원주민 인구 최소 3분의 1이 사망했다. “정복자들의 무기는 충격 효과를 주긴 했으나 원주민의 무기보다 효율적이지도, 강력하지도 않았다. 답은 균, 균, 균이다.” 구석기시대부터 중세, 근현대에 이르는 인류사 속에서 ‘균’이 벌인 일들을 폭넓게 짚은 책이다. 영국 런던퀸메리대에서 글로벌 공중 보건에 대해 가르치는 사회학자가 썼다. 저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공격이 파키스탄의 소아마비 퇴치 노력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 등을 연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호모사피엔스가 여러 인간종 중 홀로 살아남아 현 인류의 조상이 된 것이 ‘인지적 우월성’ 덕택이라는 유발 하라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