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초 버스를 타고 전북 순창군으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창밖을 보니 하늘이 뿌옜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여기까지 미치나 보다, 했다. 다만 대도시에서 보는 미세먼지 잔뜩 찬 대기와 달리 어딘가 물기를 머금은 듯 보였다. 이튿날 눈을 떠 언덕에 자리한 숙소 밖으로 나가 둘러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온의 수분이 피부로 조금씩 느껴지는 먼지 무리가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전북 14개 시군 가운데 최남단인 이곳 순창도 환경오염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나 했는데… 아니었다. 안개였다. 순창은 연중 안개 낀 날이 77일에 이르는 안개도시다. 바다와는 거리가 멀어도 눈비가 많다. 10∼11월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마을 자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소설가 김승옥에게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 놓는 입김과’ 같아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