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빙하가 모두 녹으면 둘리는 뭘 타지?

130989473.4.jpg활주로의 끝, 빛이 반사된 그린란드의 빙상은 파도처럼 보인다.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적요로운 땅이다. 이곳에서 지구 열대화로 녹아 무너지는 빙하를 목도하며 기후 위기를 분석한 저자는, 명칭도 생소한 ‘빙하학자’다. 이 책은 국내 유일한 여성 빙하학자가 쓴 보고서이자 견문록, 성장일지다. 인터넷 동영상으로 범람하는 어떤 여행기보다 전문적이고 희귀한 데다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저자는 ‘냉동 타임캡슐’이라고 불리는 빙하를 통해 수천만 년 전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책은 2023년 그린란드 국제 심부 빙하 시추 프로젝트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 일화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과학자답게 책은 빙하, 고기후, 극지 등의 정의를 짚으면서 시작된다. 남극 빙하를 탐사하면서 벌어지는 기후재난을 다룬 영화 ‘투모로우’, 빙하를 타고 서울에 왔다는 ‘둘리’ 등 친숙한 사례를 들며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것이 강점이다. 기후 위기라는 시한폭탄을 매일 조사하는 연구자로서 그 위급함을 전달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