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피 상인 ‘트래페’와 하인들이 내 정원을 들여다볼 수 있다.” 1341년 7월 13일 영국 런던 ‘방해죄 재판소’엔 이 같은 고소장이 접수됐다. ‘이사벨’은 이웃 트래페가 깨진 창문 틈으로 자신의 집 정원을 훔쳐본다고 주장했다. 이사벨은 또 이웃 드소프가 저택 창문 7개를 통해 자신의 집을 본다며 다른 소송을 제기했다. 이웃 드레체가 담장 위로 육중한 망루를 세워 자신의 일상을 훔쳐본다고 했고, 이웃 조앤이 집에 난 12개의 작은 구멍으로 자신의 사적 행동을 엿본다고 소송을 냈다. 언뜻 받아들여지기 힘든 억지 주장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판소는 현장 방문을 진행했다. 이어 이웃들 모두 40일 이내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무단 침입처럼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더라도 일상이 방해받는다면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사생활’이 처음으로 법적인 인정을 받은 순간이다. 중세부터 현대까지 사생활의 미시사를 다룬 대중역사서다. 영국 왕립역사학회이자 역사학자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