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박해울 작가를 아주 좋아한다. 박 작가의 작품 세계에는 언제나 이 거칠고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생명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공감과 이 생명들을 쥐어짜는 억압과 착취의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성실하고 촘촘한 구성 속에 함께 녹아 있다. ‘세 개의 적’은 3부로 구성된 장대하고 광활한 이야기다. 1부에서 주인공 서영하는 ‘차페크 행성’이라는 외계 행성에서 작품 속 가상의 연료 광물인 ‘아이포튬’을 채굴하는 광산의 관리자로 일하게 된다. 이 일을 하기 전에 서영하는 인간형 로봇인 ‘EL’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좋아했고 자신이 개발하는 로봇을 ‘사랑했다’. 서영하와 동료들은 로봇이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인간형 로봇을 만들었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서영하는 광산 관리자로서 여러 인종, 국적, 문화의 갈등과 충돌,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 아래 계급과 서열의 구조가 만들어내는 부조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