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남성이 걸어 다니며 아랍어로 경전을 암송한다. 정장 차림의 남성을 카메라는 생중계하듯 기록한다. 남자가 읊는 내용은 이슬람 경전인 꾸란의 ‘동굴의 장’. 소셜미디어도 본격화되기 전인 2005년, 장을 보던 마트 고객들은 힐끔힐끔 곁눈질한다. 이 남성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현대 미술가 와엘 샤키의 20년 전 모습이다. 이집트 출신인 샤키는 카셀 도큐멘타, 샤르자 비엔날레,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PS1에서 전시했고,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이집트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수십 명이 등장하는 감각적인 음악극 ‘드라마 1882’는 베니스비엔날레 프리뷰 기간 긴 대기 줄을 만들었다. 샤키의 초기작을 공개하는 전시 ‘와엘 샤키: 텔레마치와 다른 이야기들’이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종로구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개최됐다.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샤키는 “20년 전 작품 속 나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