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포에니 전쟁에서 시라쿠사가 로마군에 함락되었을 때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모래판에 원을 그리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 유명 학자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로마 병사가 그에게 이름을 대라고 요구하자 그는 “원을 밟지 말라”고 대꾸했다가 최후를 맞았다. 오늘날의 수학자들은 모래판 대신 칠판에 분필로 숫자와 도형, 공식을 쓰며 생각을 가다듬고 동료 수학자들과 토론한다. 이 책에 나오는 칠판 사진 중 한 장의 주인공인 위상수학자 제임스 사이먼스는 이렇게 말한다. “수학자들이 함께 일한다? 대부분 칠판을 둘러싸고 있을 것이다. 칠판은 이내 지워지고 다음 단계를 위한 공간이 마련된다. 결국엔 결론을 내지 못한 사람들이 팻말을 걸고 나간다. ‘지우지 마시오.’” 저자는 미국 뉴욕 패션기술연구소 교수이자 사진작가다. 여름휴가지인 해변 마을에서 수학자 부부와 알게 됐다. 나중에 인도의 한 시골에서 초등학교 칠판에 적힌 수업 내용을 본 그는 수학자 부부가 쓰던 기호를 떠올리며 패턴과 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