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점’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쓴 사람들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얼굴 모양새나 체형은 알 수 없다. 어떤 피부색을 지녔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아리송하다. 영화는 왜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가는 성직인 ‘추기경’을 이렇게 보여주는 걸까. 5일 국내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는 추기경을 하나의 점처럼 촬영한다. 추기경은 교황의 최고 고문으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교회 행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하지만 영화는 ‘롱 숏’(먼 거리에서 촬영하는 연출 기법)으로 이들을 보여준다. 거대한 건축물(바티칸 교황청)과 작은 인간(추기경)을 한 화면에 담는다. 신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영화는 교황이 선종한 뒤 새 교황을 뽑는 투표인 ‘콘클라베’를 통해 권력과 신념의 본질을 탐구하는 정치 스릴러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각색상,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비밀의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