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8월. 전북 부안의 노을명소인 변산해수욕장. 제1회 ‘부안 무빙팝업시네마’ 영화제가 열리는 해변 한쪽에 도예가 이능호 작가의 설치작품 ‘집’ 30점이 전시됐다. 바닷가에 늘어선 커다란 몽돌 모양의 도예작품은 노을지는 파도 해변의 풍경 속에 녹아들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미술작품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듯했다. 도예작품에 기대고 있는 사람, 연인끼리 함께 앉아서 영화를 보는 사람, 작품 위에 누워서 쉬는 사람 등 저마다 편안하게 작품을 즐겼다. 특히 햇볕에 달궈진 검은색 몽돌처럼 생긴 도예작품은 앉거나 누우면 찜질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능호 작가의 ‘집’ 시리즈는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 숲 속에도 설치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작품에 작가이름과 작품명을 쓴 안내문을 설치하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해변과 숲 속에 놓인 이 돌덩이 같은 것이 작품인 줄 모르고 즐기는 게 너무 편안해보였습니다. 신기한 게 관람객들이 작품이 생긴 모양대로 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