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몰려든 부서(물고기)떼는 작은 어촌을 희열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가난한 곰치 일가에도 만선의 행운이 찾아오지만 기쁨도 잠시. 선주 임제순이 밀린 뱃삯 반값으로 고기를 모두 빼앗고 내일부터 배를 묶겠다고 통보하는데….’1964년 7월 국립극단의 제37회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만선(滿船)’의 당시 프로그램 북에 실린 줄거리 일부다. 표지엔 쓰러져 갈 듯한 어촌 풍경과 함께 ‘1964년도 10만 원 현상 희곡 당선작!’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극작가 천승세(1939∼2020)의 작품으로 문학 교과서에도 실린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창작희곡 ‘만선’. 올해로 초연 61년을 맞은 이 작품은 국립극단 70주년을 맞아 6일부터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환갑의 세월 동안 내공을 쌓은 ‘만선’은 무얼 가득 싣고 2025년 항구로 돌아왔을까.●올가미 같은 현실에 맺힌 비극7일 찾은 연극 무대는 여전히 인물들의 비극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었다. 곰치네 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