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엌의 모든 냄비를 굴뚝을 통해 밖으로 날려버릴 겁니다.” 1520년대 어느 날, 독일의 떠돌이 ‘요한 게오르크 파우스트’(1480∼1541)는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파우스트의 말과 달리 냄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1587년 출간작 ‘파우스트 책’은 이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성가신 손님’(파우스트)은 ‘거룩한 인간’에게 결코 해를 끼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는 당시 유럽에서 ‘마술사’로 불렸다. 평범한 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각종 기행을 부렸다. 공중정원을 만들고, 말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기록도 있다. 그는 허풍쟁이 사기꾼이었을까, 진짜 마술사였을까. 미국 프린스턴대 역사학자인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파우스트는 ‘마구스(Magus)’였다. 마구스는 15∼16세기 유럽에서 마술을 연구했던 지식인이다. 흔히 마술사라고 하면 초자연적인 힘을 쓰는 사람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마구스를 학자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