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쌀∙눈∙물’ 니가타[여행스케치]

131293573.1.jpeg차가워진 다다미 기운이 요를 통해 전해지며 눈을 떴다. 창호지 미닫이 창문을 열자 통창 밖 에치고(越後)평야가 다가온다. 뾰족뾰족 벼 그루터기로 빼곡한 논이 멀리까지 뻗어 있다. 그 너머로 겹치며 이어지는 산등성이들은 희끗희끗하다. 어디선가 백조들이 나타나 삼삼오오 허공에 긴 줄을 긋는다. 10일 초봄, 일본 니가타(新潟). 술은 다 익고 눈은 덜 녹았다.● 술이 익는다9일 니가타현 니가타시 도키(朱鷺)멧세 컨벤션센터에 들어서자 술내가 콧속을 채운다. 니가타 사케(청주·니혼슈·日本酒) 양조장들의 술 박람회 ‘니가타 사케노진(酒の陣) 2025’ 현장이다.혼슈 서부 해안선 330km를 끼고 있는 니가타현에는 89개 양조장이 있다. 일본 전역에 1500곳 넘게 있는데, 니가타에 가장 많다. 쌀을 발효시켜 빚는 술인 만큼 쌀도 제일 많이 난다. 니가타를 관통하는 일본 최장 시나노(信農)강 하류가 평야 지대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품종 고시히카리가 여기서 난다. 눈도 연간 가장 많이 내리는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