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주 전 주말, 청첩장 모임에 가려 서울 지하철 1·5호선 신길역 환승 구간을 지날 때였다. 그날따라 두 다리를 좀 움직이게 하고 싶었던 나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기나긴 계단을 내려가기로 했고. 동굴같이 깊은 계단참으로 발을 내딛으려다가 오른쪽 기둥에, 우연히, 전에는 본 적이 없었던 팻말 하나를 보게 됐다. “이 엘리베이터는 2017.10.20. 휠체어 이용 장애인(故 한경덕 님) 신길역 리프트 사고를 계기로 교통약자 이용 편의를 위하여 설치되었습니다.”나는 이 팻말 앞에서 내가 내려가야 할 계단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내가 만약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면 아득하게 느껴질 높이였다. 몇 해 전 읽었던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김영사) 속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이 세상은 누구를 위해 설계되었는가?” 이 책은 ‘정상성’의 범주 바깥으로 밀려난 장애인들이 이 세상에 자기 몸을 맞춘 것이 아니라, 자기 몸에 맞게 이 세상을 바꿔나간 실제 사례를 다룬다. 일례로 이 책에 소개된 저신장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