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이 20m 초거대 달팽이를 클라이밍으로 오르는 인간.김혜윤 작가의 공상과학(SF) 단편소설 ‘오름의 말들’에 나오는 장면이다. 대체 무슨 조화일까. 40쪽이 채 안 되는 분량에 이처럼 낯선 이미지들을 풀어놓았는데 어느새 세계관에 젖어 들게 된다.18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매력적인 SF 소설집 두 권이 새로 나왔다. 김 작가를 비롯해 한국과학문학상 역대 수상자 5명이 참여한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와 한국·중국 작가 6명이 몸에 대한 사유를 펼친 ‘다시, 몸으로’다.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김초엽·천선란·김혜윤·청예·조서월 지음/324쪽·1만7000원·허블다시 달팽이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뚝 떨어졌다. 겉껍데기는 암석처럼 단단하고 속살은 부드러웠으며, 배를 밀어 하루 100m를 이동했다. 이 외계 생명체와 그나마 닮은 동물을 찾자니 달팽이였다.초거대 달팽이의 몸 전면에는 따개비 같은 돌기 수백 개가 다닥다닥 달려 있었다. 정체 모를 외계 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