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란 쿤데라(1929∼2023)는 번역 문제로 몸살을 앓은 작가였다. 그의 첫 작품 ‘농담’은 프랑스어 번역가가 문체를 완전히 바꿔 소설을 다시 쓰다시피 했는데, 많은 나라에서 이 프랑스어판을 저본 삼아 중역했다. 쿤데라는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번역본을 수정하느라 나는 엄청난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며 “게다가 수정 작업이 너무 늦게 끝나 피해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쿤데라의 유고 산문 2편을 묶은 이번 신간에서 소개하는 에피소드다. 11일 쿤데라 별세 2주기를 앞두고 출간됐다. 신간에는 정치적 이유로 조국 체코슬로바키아를 떠나 평생 타국에 살아야 했던 작가가 체코, 체코어, 체코 문화에 대해 품은 향수가 그지없이 담겼다. 첫 번째 산문 ‘89개의 말’은 쿤데라가 소설을 집필하고 번역하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사유한 ‘개인 사전’이다. ‘tre(존재)’라는 단어를 두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쓸 당시 ‘존재’라는 단어를 제목에서 빼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