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성산 일출봉을 아주 어두울 때 본 적 있으세요?”이안리 작가(39)는 보자마자 낯선 물음부터 던졌다. 성산 일출봉 하면 ‘파란 하늘 아래 짙푸른 융단’이 떠오르건만 왜 밤 얘길 꺼낼까. “아니요”란 답에, 이 작가는 관람 시간이 끝난 뒤 주차장에서 봉우리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어둡고 거대한 게 눈앞에 있는데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은 언제나 그대로 있는데, 제 처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다가오는 게 늘 신비로워요. 이번 소설에서도 자연이 ‘재이’(주인공 소년)를 마냥 반겨주지만은 않죠.”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플렉시테리언’에서 동물 구조센터를 배경으로 노루와 멧돼지, 매의 이야기를 펼쳤던 이 작가가 첫 장편소설 ‘각자의 정원’(문학동네)을 펴냈다. 어른들이 그린벨트 숲 개발을 두고 갈라진 가운데, 그 숲에 들어가 여름방학을 보내는 9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생태소설이다. 1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 작가는 요즘 ‘야행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