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평온한 들판이, 수천명 학살 현장이라니…

132036684.1.jpg논두렁 사이로 한가로이 핀 들꽃들. 고즈넉하게 펼쳐진 너른 들판 위에는 아지랑이만 아른거렸다. 더위에 지쳤는지 느리게 우는 매미 소리 사이로 이따금 울리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정겹다. 이런 곳이 무려 100여 년에 걸쳐 수천 명이 순교한 참혹한 학살의 현장이라니…. 2020년 11월 교황청이 승인한, 국내 유일의 국제 성지인 충남 서산시 해미국제성지를 14일 찾았다. 기록적인 극한 호우로 안타까운 수해를 당하기 며칠 전이었다. 성지는 신자들이 빈번히 순례하는 거룩한 장소. 가톨릭에는 교구장이 승인하는 교구 성지, 주교회의가 승인하는 국가 성지, 교황청이 승인하는 국제 성지가 있다. 아시아에서 국제 성지는 필리핀 마닐라 안티폴로 대성당, 인도 첸나이 성 토마스 대성당에 이어 세 번째다. 해미 지역에선 신유박해(1801년)와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1871년) 등을 거치며 100여 년 동안 수천 명이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이 기록된 사람만 132명. 특히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