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이 넘어 스스로 잘생겼다는 걸 발견했다. 늦은 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깨달았단다. “나 좀 생겼는데?” 학창 시절부터 평생 외모로 빛날 일이 없었다는 그. 뒤늦게 ‘늦깎이 미남’이란 각성(?)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뭘까. 탁구 때문이다. 땀 흘리며 즐겁게 운동을 하고 난 뒤의 얼굴이 꽤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이 에세이는 제목만 봐도 탁구 예찬론.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동정 없는 세상’ 등을 쓴 박현욱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실은 10년 전까지 작가의 건강은 형편없었다고 한다. 한번 감기에 걸리면 보름을 앓았다. 더는 운동을 미룰 수 없겠다 싶었을 때,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탁구 치는 걸 봤다. 첫인상은 좀 없어 보였던 한 출연자가 집중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있어 보였다’. 있어 보이는 것에 약한 그에게 딱이었다. 그렇게 입문한 탁구에 작가는 깊이 빠졌다. 팬데믹 시기 탁구장이 닫았을 땐 가상현실(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