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발생 후 할일은 처벌 아닌 대비 강화[곽재식의 안드로메다 서점]

132536406.4.jpg옛사람들이 여러 가지 법을 만든 이유를 따져 보면 높은 사람들이 책임을 누군가에게 떠넘기기 위해 만든 것 같아 보일 때가 많다. 니얼 퍼거슨이 쓴 책 ‘둠’을 읽고 나는 그런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역사 속 여러 가지 재난과 사고들의 성격에 대해 조사하고 설명한 이 책의 내용을 보다 보면, 큰 재난이 일어난 뒤에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건 거의 본능처럼 “이게 누구 때문이냐?”고 탓할 죄인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 특히 정치, 경제 상황이 혼란스러운 시대일수록 탓할 사람 찾기에 더 열을 올리는 경향도 있어 보였다. 왜냐하면 반대파 입장에서는 그 세력을 자리에서 몰아내고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한바탕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나서 정리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법령이나 제도를 강화하게 된다. 대개 앞으로 비슷한 재난이 또 일어나면 그때는 책임자를 아주 무겁게 처벌하겠다고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제도를 만들 때 힘 있는 사람들, 높은 사람들이 직접 자기가 그 책임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