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의 스피커 중 하나에서 가벼운 타악기 소리가 규칙적으로 흘러나왔다. 곧이어 맞은편 스피커에서 웅성대는 소리와 구성진 국악 선율이 들려왔다. 여기에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라디오 음성, 아기 옹알이 등이 차례로 더해지자, 마치 오래된 영화 속에 들어간 듯 아련한 분위기가 스튜디오를 메웠다. 잠시 뒤 모든 스피커가 제각기 큰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돌연 끝나버렸고, 시끄러운 소음만 남았다.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 18, 19일 서울 성북구 TINC에서 열리는 음악 공연 ‘12 사운드’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작품의 기획과 작곡, 실시간 연주를 맡은 안상욱 씨(42)는 “오늘날 세상에 음악과 소리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세상에 존재하는 소리를 녹음해 작곡의 재료로 쓰는 ‘구체음악’으로 이를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12 사운드’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약 1시간 길이로 4악장으로 구성됐다. 1908년 발표 당시 관객의 강한 반발을 샀던 아널드 쇤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