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주역에 내리자 가을 햇살 사이로 모과 향이 번졌다.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눈에 많이 띄었다.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북 경주시는 막바지 공사로 어수선하면서도 설렘과 활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시월의 경주는 색감이 참 고왔다. 대릉원 일원의 감나무, 감포 이관정 근처 골목길의 석류나무, 첨성대 앞 핑크뮬리,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경북천년숲정원 칠엽수…. 경주가 벌써 그립다.● 우아함, 연민, 그리고 가능성 평소 경주에 대해서는 양가감정이 있었다. 이 도시가 품는 우아함을 흠모하면서도, 찬란했던 과거에는 왠지 못 미치는 것 같은 현재에 대한 연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교촌한옥마을에서 경주의 가능성을 보았다. 식용 꽃을 얹은 비빔밥을 먹는 독일인 부부, ‘1년간 한국에서 살아보기’ 중이라며 월정교에서 촬영을 부탁한 프랑스인 여성의 표정엔 정중한 호기심이 흘렀다. 이들이 마을 내 경주 최부자 댁 ‘노블리스 오블리주’(높은 신분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