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사람 있나… 괴로워야 인생이야

132593412.1.jpg“그림의 찢어진 부분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딨나. 괴로워야 인생이다.” 화가 노은님(1946∼2022)은 생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화가를 20년 넘게 가까이서 지켜본 권준성 노은님아카이브 관장은 회고했다. 커다란 한지에 거침없이 그린 그림의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진 것을 보고 세간에서 ‘그림이 망가졌다’고 비판하자 내놓은 작가의 항변이었다고 한다. 노은님 작가의 1980, 90년대 대작을 볼 수 있는 전시 ‘빨간 새와 함께’가 15일 서울 종로구 현대화랑에서 개막했다. 노 작가는 1970년 독일로 건너가 1973년 국립 함부르크미술대에 입학해 회화를 전공하고, 1979년부터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1980, 90년대는 그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기다. 전시장에서는 이 무렵 작가가 한국 전시를 위해 독일에서 보냈던 대작들을 수십 년 만에 볼 수 있다. 새와 고양이, 물고기, 호랑이, 오리 등의 소재를 단순하면서도 힘 있게 그려낸 작품들이다. 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