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룸 넥스트 도어’(2024년)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마사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죽은 사람들(The Dead)’을 떠올린다.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죽음 앞에서 많이 떠올린 시는 도연명의 자만시(自挽詩·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였다(칼럼 29회 ‘나의 첫 번째 장례식’ 참조). 조선시대 문인 이단상(李端相·1628∼1669)은 죽음을 앞두고 다음 시를 썼다.시인은 공자가 아끼던 제자 백우가 죽어가자 “이런 사람에게 이런 병이 있다니(斯人也, 而有斯疾也)”라고 애통해한 말을 가져와 자신의 죽음을 표현했다(논어 ‘雍也’). 하지만 죽음 앞에 절망하지 않고 담담히 자신의 죽음을 조명했다. 한시의 역사에서 도연명의 자만시는 죽음 주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도연명의 자만시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작품을 읽고 강백년(姜栢年·1603∼1681)은 목이 메는 슬픔을 이길 수 없어서 차운해서 시인을 애도하는 만시를 썼다고 했다(‘李副提學端相挽’, “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