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4대 황제이자 당대 손꼽히던 예술 애호가 건륭제. 그는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자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단운룡문다보격방합(紫檀雲龍紋多寶格方盒)을 꺼내 오라.” 길고 긴 이름의 이 물건은 건륭제가 좋아했던 유물 47점을 각기 다른 모양의 함과 서랍에 보관하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보물 상자’다. 작은 옥 조각부터 색색의 도자 잔은 물론이고 유물들을 설명하는 책까지 딸려 있었다. 이 보물 상자를 소장한 대만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관은 이 밖에도 거장의 산수화와 글씨, 공예품 등 중국 황실의 방대한 유물을 갖고 있으니 ‘훨씬 거대한 자단운룡문다보격방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신간은 이 박물관이 소장한 대만의 국보 36점을 소개하는 책이다. 중국 고전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문화유산이나 미술, 문학과 관련된 글을 연재하는 한편 고궁의 국보급 유물을 현대적 시각으로 해설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을 이끌고 박물관을 찾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물에 대해 친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