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역사가 시험한 인생… 매큐언의 ‘70년 레슨’

132770635.4.jpg어릴 적 다니던 피아노 학원의 풍경을 떠올려 보자. 피아노 한 대와 의자가 겨우 들어가는 좁은 연습실. 연습이 한 번 끝날 때마다 빈칸을 빗금 쳐가며 지우던 기억. 작고 네모난 창문까지.‘부커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등을 수상한 영국 소설가 이언 매큐언의 신작 ‘레슨’은 바로 그런 장면으로 문을 연다. 열한 살 기숙학교 소년 롤런드가 좁은 방 안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 강압적이면서도 어딘가 유혹적인 여교사와 단둘이서. 그녀가 불현듯 소년의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덮치는 순간, 소년은 창문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를 포착한다. 바깥세상이 밀려들며 내밀한 공간을 흔드는 찰나다. 세상에 완전히 개인적인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레슨’은 개인의 삶과 역사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탐구하는 소설이다. 가장 사적인 순간에 역사가 개입해 그것을 무너뜨리거나, 혹은 뜻밖의 방향으로 밀어주는 장면들이 반복된다. 매큐언은 세계사와 일상의 경이로운 얽힘을 보여주기 위해 주인공 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