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단연 눈에 띈 건 케이프 코트였다. 해마다 패션하우스에서 꾸준히 케이프 코트를 선보여 왔지만, 이번 시즌만큼 다채롭고 대담한 변주가 쏟아진 적은 없었다. 어깨를 감싸고, 겹겹이 두르고, 장식을 덧붙이는 등 케이프 코트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 실험하는 무대 같았다. 케이프 코트는 본래 라틴어 ‘카파(Cappa)’, 즉 망토나 두건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흥미롭게도 ‘도피’나 ‘피신’의 의미를 함께 지닌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케이프는 추위나 적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패이자 권위의 상징이었다. 왕이나 군인은 거칠고 두꺼운 모직이나 질긴 가죽으로 만든 망토를 어깨에 걸쳐 힘과 위엄을 드러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케이프 코트는 여성복에서 또 다른 의미로 전이됐다. 전쟁과 억압의 시대를 지나 개인의 자유와 주체성이 강조되던 20세기 중반, 여성들은 케이프 코트를 개성을 드러내는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받아들였다. 몸을 옥죄지 않고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