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빵을 구웠는지조차 잘 생각나지 않는 제빵사 고양이. 분명한 건 처음 빵 주문을 받은 건 공룡으로부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덕에 구운 빵이 다 익기도 전에, 공룡이 멸종해 버릴 줄은 몰랐다. 그 밖에도 오랜 세월에 걸쳐 별의별 손님들이 다 찾아온다. 절대 권력을 유지할 빵을 구워 달라고 위협한 벌거벗은 임금님, 영원히 아름다울 수 있는 빵을 구워 달라고 한 마법 거울을 가진 왕비…. 그러다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아이를 마주친다. ‘노을을 닮은 빵’도 있냐고 묻던 아이는 모래알처럼 가득한 시간, 파도처럼 사라지는 시간을 빵으로 굽고 싶다고 한다. 긴 세월 일해온 고양이는 직감한다. 드디어 시간이 구워지는 빵 냄새를 맡으며 햇볕 아래서 뒹굴거릴 수 있는 때가 왔다는 걸. 장성한 아이는 고양이 뒤를 이어 단골들이 줄 서 기다리는 인기 빵집의 제빵사이자 고양이 집사가 된다. 고양이 한 마리가 늘 낮잠을 자는, 달큼한 냄새 풍기는 동네 빵집. 이곳에 왠지 있을 법한 비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