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책의 두 얼굴… 히틀러에게 책은 ‘전쟁 무기’였다

132816855.4.jpg1933년 5월 10일, 독일 베를린 아우구스트 베벨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군중이 책들을 불태웠다. 독일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가 “비(非)독일인의 영혼을 정화시킨다”며 선동해 일어난 ‘베를린 분서 사건’이다. 전쟁과 책의 상관관계를 떠올리자면 대개 이와 비슷한 장면을 생각할 것이다. 전쟁은 늘 악역이며 책은 희생자인 그림. 그러나 영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저자는 전시에 쓰이고 읽힌 책들을 추적하며, 사회의 여러 층위에서 책이 ‘전쟁의 적극적 행위자’로 기능해온 역사를 보여준다. 책은 우선 군사적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40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노르웨이 해안을 점령한 독일군을 몰아내기 위해 작전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한 참고 자료로 채택한 건 오래된 스칸디나비아 관광 안내서였다. 다른 국가의 지리 정보가 많지 않던 시대에 책이 전황을 뒤집는 전략적 자원이 됐던 셈이다. 특히 전쟁 양상이 정보전으로 진화한 20세기, 도서관은 전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