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九旬)에도 연기의 열정을 뜨겁게 불태웠던 배우 이순재 씨가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리어왕’처럼 엄숙하면서도 ‘꽃보다 할배’만큼 푸근했던 삶을 남기고. 향년 90세.1935년 함경북도 회령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 1학년 때 6·25전쟁을 겪었다. 피란을 다니다 대전에 정착했다. 서울대 정치학과에 가려고 했으나 떨어졌다. 골방으로 들어가 이듬해 다시 시험을 봐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했다.철학과에 재학 중이던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단역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머큐쇼 역할을 하면서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스타는 아니었다. 그저 꾸준했다. TV만 틀면 이순재가 나오네’란 말까지 있었다. 상복은 없었지만, 연기를 쉰 적이 없다. 정치를 할 때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등을 찍었다. 작품을 400편 정도 했다.해보지 않은 역할이 없었다. 범인 역할만 30번 이상 했다. ‘허준’이나 ‘이산’처럼 사극에서 맹활약했고, 시트콤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