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순응자’(1970년)에서 주인공 마르첼로가 정상인이 되기 위해 권력에 순응하여 정치적 암살에 협력했다면, 조선 후기 목호룡은 자신의 신분적 결함을 메우고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정치적 음모에 가담했다. 목호룡이 1722년 노론이 경종을 시해하려 한 역모의 증거로 든 것 중 하나는 이희지(李喜之·1681∼1722)의 낙조를 읊은 시였다.시는 김춘택이 낙조를 읊은 시에 차운하는 형식으로 쓴 것이다. 한시에서 낙조는 인생무상, 망국의 슬픔, 이별의 회한, 향수, 노년 등과 연결되곤 한다. 김춘택의 시는 낙조를 보며 느끼는 아쉬움을 나라 위해 목숨 바친 남송의 충신 문천상의 일편단심과 연결시키고 있는데(‘積石山觀落照’), 이희지는 그 내용을 이어받아 암울한 시대 현실에 대한 우려를 분명히 했다. 이 시는 후일 세상을 걱정하는 충정이 담긴 작품으로 평가됐다(이덕무, ‘淸脾錄’). 서얼 출신의 남인이었던 목호룡은 애초엔 노론 인사들에게 접근하여 이희지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