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기자의 따끈따끈한 책장]잊혀지는 쓰기 감각, 필사로 되살려볼까

132866703.1.jpg오래전 혼자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할 때였다. 유명 작가들이 많이 들렀다는 수백 년 된 카페를 찾아갔는데, 여느 때처럼 주문을 마치고 다이어리를 꺼낸 뒤에야 알게 됐다. 펜을 잃어버렸다는 걸. 그때부터 불안증이 있는 사람처럼 초조해졌다. 커피숍의 웅성거리는 백색소음 속에서 종이를 앞뒤로 넘겨보다가 커피잔을 만지작거렸고, 수시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금단증상이었다. 써야 할 때 못 쓰고 있으면 찾아오는 눈에 띄는 산만함. 그때 몇 발치 뒤에 앉아 있던 한 중년 여성이 조용히 다가오더니 ‘그것을’ 내밀었다. 펜이었다. 가끔 그녀가 어떻게 나에게 필요한 걸 그렇게 정확하게 알았을까 생각해 본다. 안절부절못했던 건, 만성 두통 혹은 선천적 산만함 때문일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요즘 내린 답은 이렇다. 아마도 그녀 역시 ‘쓰는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그 시절만 해도 여행자들은 허리춤에 ‘유럽 100배 즐기기’나 ‘론니 플래닛’ 같은 굵직한 책을 끼고 돌아다녔다. 카페에서든, 열차 객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