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에 국립중앙박물관은 올 하반기(7∼12월) ‘글로벌 핫플’이 됐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미 작년 기준 세계 박물관·미술관 중 8번째로 많은 사람이 찾었던 곳이다. 이를 가능케 했던 변화의 기폭제 중 하나가 기존 유물 전시 문법을 뒤집은 ‘사유의 방’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변화의 유레카 모멘트는 바로 그 지점이다.그것은 어쩌면 도원결의였다. 1990년대 말 서울 용산가족공원에서는 대공사가 시작된 참이었다. 몇 년 뒤에 들어설 국립중앙박물관(이하 중박)을 짓는 일이었다. 분주히 터를 닦고 기초공사를 하는 현장에 중박 전시과 소속 30대 학예연구사 3인이 들락거렸다. 전시과는 건물이 세워지면 그 안을 어떤 유물들로 채울지 고민하는 부서다. 어느 날, 이 세 명이 새로운 중박에서 꼭 전시하고픈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한 사람이 말했다. “광개토대왕비 탁본을 보여 주고 싶어.” 다른 사람이 말했다. “국내에 있는 금관 6개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