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서 소소하게나마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제목은 ‘이해인 수녀님께 사인 요청하면 벌어지는 일’. 말 그대로 이해인 수녀(80)가 사인해주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수녀는 필통에서 어른 주먹만 한 도장을 꺼내 ‘쾅’ 찍고, 색연필로 꽃 그려 넣고, 장미 스티커 꺼내 종이를 빈틈없이 꾸민다. 사인 하나에 5분이 걸렸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대신 사꾸(사인 꾸미기)”라는 댓글이 달렸다.지난달 22일 산문집 ‘민들레 솜털처럼’(마음산책·사진)을 펴낸 이 수녀를 1일 전화로 만났다. “7년 만에 제주를 찾아 김기량성당에서 특강과 독자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는 그는 ‘명랑 수녀’답게 목소리부터 경쾌했다. “우리 집안은 어머니, 언니가 나이 들어도 이렇게 목소리가 젊어요. 제가 수녀원에 안 왔으면 앵커가 됐을 거예요, 호호.”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낸 지 벌써 49년. 신간은 인터뷰와 미공개 대담 가운데 꼭 남기고 싶은 말을 시와 함께 엮은 산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