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멈춘' 접경지 찾은 李대통령 "너무 고생 많으셨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경기 연천군에서 군 장병들과 주민들을 만나 북한의 대남 방송 중단에 대한 현장 반응을 살피고 농어촌 기본소득 적용 지역의 실태를 점검했다. 대남 방송이 중단된 지 하루 만에 접경지역을 찾아 활발한 소통 행보를 이어간 것이다.
접경지역 마을 '통일촌' 방문…대남 방송 중단에 주민들 "감사"
이 대통령은 13일 오후 경기 연천군 청산면과 접경지역 마을인 파주시 장단면 '통일촌' 등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 지시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 지 이틀 만, 북한의 대남 방송도 멈춘 지 하루 만이다.
이 대통령은 파주시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주민들의 고충을 경청했다. 대통령실 전은수 부대변인이 사회를 맡고 주민들이 이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하는 방식으로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주민들에게 "한 1년 넘었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동물들은 사산한다고 그러고, 방법도 없고, 너무 고생 많았다"며 "우리가 (대북 방송을) 중단하니까 북한이 따라서 (대남 방송을) 중단해서 소음 피해를 해결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소음 피해 문제뿐 아니고 남북 긴장 관계가 많이 완화돼서 경제 문제도 해결되면 좋겠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접경지역의 경제 상황이 매우 나빠진다"고 덧붙였다.
통일촌 마을이장 이완배씨는 이 대통령에게 "민통선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지역이 넓고 인프라가 하나도 안 돼 있다"며 "접경지역 특별법이라고 해서 정부가 지원해주는 게 있는데 장단 지역을 많이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주민은 오는 9월 20일 열리는 장단면 읍면동 체육대회에 대통령의 축전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안보실장이 한번 챙겨봐달라. 안 되는 것 아니면 그 정도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간담회 이후 이 대통령에게 사진 촬영과 사인을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쏟아졌다. 이 대통령은 주민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대성동 통일촌 파이팅" 등 구호를 외쳤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대남 소음으로 인해 겪었던 주민들의 고초를 직접 청취하며 국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이야말로 정치가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삶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李대통령 "지역화폐 매출 얼마나 되나"…농촌기본소득 지역 상인들과 소통
앞서 이 대통령은 경기 연천군청을 찾아 기본소득 실시 지역 현황 등을 점검했다. 연천군 청산면은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농촌기본소득 실시 지역으로, 농촌기본소득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도입된 제도다.
이 대통령은 "농촌기본소득은 올해가 4년 차더라. 그 후로도 계속 이어서 해야 되는데 불안정한 것 같다"고 말하자, 연천군수는 "지금 중단될 예정이다. 그 부분에 대해 아직 시간이 1년 남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원래 최초 계획은 5년 하고, 10년은 기본적으로, 원칙적으로 연장한다고 방침을 정했는데, 예외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냐"며 "따로 한번 챙겨보겠다"고 약속했다.
인구 자연감소, 주택 공급 부족 등 연천군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연천군수는 "저희가 현재 인구가 4만 1천 명인데, 연간 600명 정도 감소 추세"라며 "특히 초고령화 지역이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방치된 농지들이 많은가", "청산면으로 새로 들어오시는 분들은 농사를 짓는가", "새로 전입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나 직업군은 주로 어떤가" 등 직접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궁평리 기본소득 실시 지역도 직접 방문해 주민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 대통령의 마을 방문을 환영하며 참기름, 콩국물 등 선물을 건네려는 주민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지역 상인들에게 "지역화폐 매출과 일반 매출을 비교하면 얼마나 되느냐"고 직접 질문도 했다. 도시락을 판매하는 주민 A씨는 "지역화폐가 많이 잡힌다. 너무 감사하다. 끝난다니까 아쉽지만 다시 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주민 B씨도 "일반 매출이 더 많기는 한데 지역화폐도 많다.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저희 집은 그래도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농촌기본소득 제도를 언급하며 "기본소득이 나오는 바람에 가게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방앗간을 운영 중인 C씨는 "기본소득이 나오면서 매출이 늘었다. 면제사업자인데 매출이 늘어나는 바람에 세금을 좀 내고 있다. 그래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