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입자도 "떠날 것"…'해킹 사고' SKT 유심 교체 첫날 '대혼란'

해킹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SKT)이 무료 유심 교체 서비스를 개시한 28일 오전 서울 곳곳의 대리점에선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혼란상이 펼쳐졌다.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하거나, 재고 부족으로 유심 교체에 실패하는 등 불편을 겪은 고객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 개시 30분 전인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종로구의 한 SKT 대리점 앞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러나 유심 교체 가능 번호표는 재고 부족으로 110번에서 끊겼다. 해당 번호표에는 '접수 유효 기간: 배포 당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리점 직원은 번호표를 받지 못한 남은 고객들에게 29일 오전에 다시 선착순 번호표를 줄 것이라고 안내하느라 진땀을 뺐다. 해당 직원은 "일찍 온 사람들은 오전 8시부터 대기했다"고 말했다.   매장 앞 안내문에는 "번호표 마감 후에는 예약자 순서에 따라 교체할 예정이니, QR코드를 통해 예약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현장에서 번호표를 받지 못한 이들은 휴대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인식해 예약을 시도했지만, 이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고령 고객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인 서모(66)씨는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은 당황스럽다"며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데 고객 정보가 여기 핸드폰에 다 있다. 나로 인해서 피해가 있을까봐 겁난다"고 불안해 했다.   오전에 대리점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도 결국 교체에 실패한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33)씨는 "(아침에) 줄이 너무 길어서 (유심 교체) 인터넷 예약만 하고 회사에 들어갔는데, 업무를 보고 나온 사이 번호표가 배부됐다"며 "오전 9시에 미리 번호표 배부 시각 등이 안내가 돼 있었다면 기다렸을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같은 시각, 서울 대치역 인근 대리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장 앞 줄은 30미터 이상 길게 이어졌고, 눈에 보이는 사람만 50명이 넘었다. 매장 측은 정식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보다 일찍 문을 열었지만 유심 교체는 사전 예약자에 한해서만 이뤄졌다. 예약 없이 현장에서 일찍부터 대기한 이들은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현장에서는 "일단 기다릴까. 아니면 다른 데 갈까"라며 혼란 속에서 가족과 통화하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오전부터 현장을 찾은 SKT 가입자들은 공통적으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공통적으로 호소했다. 30년 넘게 SKT을 이용해왔다는 50대 최모씨는 "오전 9시에 왔는데, 이미 줄이 다 서 있어서 불가능하더라. 명의 도용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고, 복사폰도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으니까 주거래 은행을 다른 곳으로 바꾸고 안심거래 서비스까지 받았다"며 "30년 넘게 써서 VIP등 다른 혜택들이 있는데, 안전이 중요하니까 이제는 다 버리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장지안(26)씨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코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SKT측이) 명확하게 정보 유출 범위를 알려주지 않아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SKT 유심 무료 교체 신청 홈페이지에는 한 때 동시 접속 대기 인원이 7만 명을 훌쩍 넘기도 했다. 직장인 최모(30)씨는 "(화면을) 새로고침하면 계속 기다려야 해서 몇 분 기다린 끝에 예약을 완료했다"면서 "신청 단계 하단 선택칸에 '본인 명의 다른 회선 및 워치, 태블릿 모두 바꾸기' 표시가 있는데 그 부분을 왜 작은 글씨로 써놓은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회선 등록이 된 것이면 필수로 교체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피해를 입은 가입자들을 대리해 일부 법무법인은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법무법인 로집사 관계자는 "이번 해킹 사건으로 인해 SKT 가입자들의 유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으며, 이는 복제폰 개통, 보이스피싱, 금융 사기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라며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사안으로서, 최대한의 강력한 법적대응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SKT 측으로부터 정보통신망법 위반 관련 수사를 의뢰 받고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