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재료 넣으면 레시피 추천…독일에 세운 'AI홈'

지문을 찍고 문을 열면 평소 좋아하는 색깔의 조명이 알아서 켜진다. 주방에 들어가 "건강한 메뉴를 추천해 줘"라고 말하면 레시피가 추천되고, 그에 따라 재료를 LG오븐에 넣으면 적당한 온도로 요리된다.   수면 패턴을 이미 학습한 AI(인공지능)가 추천한 시간에 침대에 누워 삼성 스마트폰으로 '굿나잇 모드'를 클릭하면 조명이 꺼지고,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는 저소음으로 돌아간다.   독일 베를린에서 5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 현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운 'AI 홈'은 이처럼 AI 집사가 사람의 취향과 필요에 맞춰 기능하는 공간이었다. '미래를 상상하다'가 이번 IFA의 주제인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영화로나 구현되던 상상 속의 집을 현실로 체험하게 했다.   재료 넣으면 레시피 추천, 강아지 짖으면 로봇청소기 출동…삼성 '엠비언트 AI'  IFA 개막을 하루 앞두고 미리 둘러본 삼성전자의 베를린 대규모 전시장 곳곳에는 AI가 핵심 키워드로 거의 빠짐없이 배치돼 있었다. '갤럭시 AI'가 탑재된 모바일 제품관, '비스포크 AI'를 앞세운 가전제품관, '비전 AI'가 기능하는 영상 디스플레이관의 중심엔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모인 'AI 홈' 체험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AI 홈에서 삼성 비스포크 AI 냉장고에 토마토를 넣고 문을 닫으니 화면에 유통기한이 표시되고, 만들 수 있는 요리까지 추천됐다. 영화를 보다가 "저 장면 촬영지가 어디지"라고 물으니 TV가 "뉴욕"이라고 답하며 뉴욕과 연관된 추가 정보까지 보여준다.   부모님이 한동안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활동이 감지 안 된다"는 알림 메시지가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에게 전송되고, 홀로 집을 지키는 강아지가 거실에서 짖으면 로봇청소기가 다가가 영상을 주인에게 보낸다. 강아지의 상태를 학습한 AI는 필요 운동량을 제시하고, 날씨까지 고려해 적절한 산책 코스도 추천해준다.   삼성전자의 AI 홈을 채운 여러 제품들은 별도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학습하며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온도, 조명, 소리, 움직임 등 사용자 환경과 행동 패턴까지 파악하고, 이해하며 자연스럽게 일상의 일부가 돼 실시간으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엠비언트 AI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AI 홈을 설명하는 삼성전자의 프레스 컨퍼런스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800여명이 자리를 빼곡하게 채웠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김철기 DA사업부장(부사장)은 "향후 3년 안에 10억 대의 AI 기기가 전 세계 가정에 확산될 것"이라며 "삼성 AI 홈 경험은 전에 없던 빠른 속도로 고객들의 일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홈이 삼성전자가 한 번 더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포부였다.   'LG 씽큐 온'이 지휘하는 AI 가전…"쉴까" 한 마디에 습도·조도까지 '세팅'  LG전자도 베를린 전시장에서 AI 홈을 주제 삼아 유럽 시장을 겨냥한 AI 가전 신제품 25종을 공개했다. 현장에 들어서면 제품들이 마치 오케스트라 단원처럼 배치돼 있고, 뒤편의 대형 스크린에 지휘자인 'LG 씽큐 온'이 등장해 각 제품들을 작동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를 탑재한 홈 허브 씽큐 온이 사용자에게 맞춤형 가전 기술 경험을 제공한다는 재치있게 풀어낸 무대였다.   LG의 AI 홈에서는 기기로 배치된 씽큐 온과의 소통이 물 흐르듯이 이뤄졌다. "세탁해야겠다"고 말하면 자주 쓰는 코스가 세팅돼 세탁기가 가동 준비를 마쳤다. 오염 정도가 심하면 세탁기가 세탁물을 감지해 코스를 추천해 주기도 했다. 전자 제품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핵심 부품에도 AI 기술을 접목한 'AI 코어테크'가 비결이다.   씽큐 온으로부터 건강 레시피를 추천 받고 "준비해 줘"라고 말하면 오븐이 예열되고, 요리가 완성될 때까지 휴식 공간으로 이동해 "잠깐 숨 좀 돌릴까"라고 말하면 온도와 습도, 조도, 음악까지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LG전자가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AI 제품들은 유럽 사용자들을 전략적으로 겨냥하고 있었다. 냉장고에는 좁은 유럽 가옥 구조에 맞게 제로 클리어런스 힌지가 적용됐다. 세탁기와 건조기는 유럽 고객의 코스 사용 패턴이 다양하다는 점을 반영해 제어부가 LCD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라인업을 늘렸다.   LG전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사장)은 "IFA 2025는 유럽 생활 가전 시장이 고효율 가전과 AI 홈 솔루션으로 재편되는 기점이 될 것"이라며 "고객의 삶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는 LG AI 홈 솔루션과 유럽 고객들에게 꼭 맞는 제품들로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IFA서 유럽 시장 정면 겨냥…삼성·LG, '효율성·보안'도 강조효율성과 보안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AI 홈의 핵심 키워드다. 삼성전자는 AI 에너지 모드를 발동하면 '알아서 최소 전력으로 최대 효율'을 얻도록 돕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유럽 에너지 효율 세탁기 최고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A등급)보다도 에너지 사용량을 65%나 추가로 절감할 수 있는 세탁기도 내놨다.   LG전자도 냉장고의 경우 단열을 강화해 온도 유지에 필요한 컴프레서 가동을 줄이는 한편, AI가 사용 패턴에 맞춰 컴프레서 가동을 최적화해 전력 사용량을 절감하도록 개선했다.   AI 홈의 각종 기기들이 사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블록체인 기반의 녹스 솔루션 앞세웠다. LG전자 역시 개인정보를 밖으로 유출하지 않는 실드 솔루션으로 보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