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우크라 종전' 오락가락에 당내서도 "초보적 실수"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청사진'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발언으로 공화당 내에서도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 과정에서 미국과 대화 채널이 될 고위급 협상단을 꾸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루만에 "모든 것 테이블에"…공화당서도 비판1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장관 회의를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다"며 다소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어 "푸틴·젤렌스키 대통령과 대화에서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허용하지 않을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범위"라며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을지, 어떤 양보가 이뤄지거나 이뤄지지 않을지 선언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2일 나토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 회의에서 유럽 장관들 앞에서 쏟아낸 압박성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당시 헤그세스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2014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비현실적인 목표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허황된 목표'를 버리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은 미국이 추진하려는 협상의 '현실적 결과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에 미군이 파병되는 일 또한 없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자 유럽 인사들 사이에서 미국과 러시아간의 '밀실 협상'으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강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고, 불과 24시간 만에 헤그세스 장관은 발언을 주워 담게 된 것이다.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헤그세스 장관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훌륭한 국방부 장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에 브뤼셀에서는 초보적인 실수(rookie mistake)를 저질렀다"며 "첫 회의를 앞두고 무엇에 동의하는지를 말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라고 헤그세스 장관의 미숙함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연설문을 누가 썼는지 모르겠지만, 터커 칼슨이 썼을 법한 내용 아니냐. 칼슨은 바보다"라고 비판했다. 터커 칼슨은 푸틴 대통령을 두둔하는 입장을 내비쳐 온 우파 평론가다.
속도 내는 러시아…美경제 인맥 포함한 협상단 윤곽미국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는 사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 과정에서 미국과 대화 채널이 될 고위급 협상단을 꾸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미국 CNN 방송은 러시아의 협상단이 고위급 정치인, 정보 당국자, 경제인 등으로 구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미국과 러시아의 수감자 교환 협상에 참여한 러시아 정부 관계자도 협상단에 참여한다.
CNN은 러시아의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도 협상단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다.
구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드미트리예프는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뒤 미국 컨설팅업체 매킨지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미국 경제·사회에 대한 인맥이 넓고 이해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드미트리예프 대표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 "러시아의 협상 전략이 서방과의 경제관계 개선과 제재 해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뿐만 아니라 당사국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독자적으로 합의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유럽도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 향후 러시아와 평화 합의 이행을 돕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P통신은 이날 트럼프 정부의 안보 우선순위가 유럽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느낀 유럽이 물밑에서 이를 논의하고 있고, 논의의 중심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까지 초기 논의 단계 수준으로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