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고 경위도 몰라" 반얀트리 화재사고 유족 '오열'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 현장에서 화재로 숨진 노동자들의 유족이 사고가 난지 하루가 지났지만 제대로 된 장례 절차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정확한 사고 경위조차 모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의 한 장례식장에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로 숨진 노동자 2명의 빈소가 마련됐다. 하지만 영정 사진이나 장례용품, 고인을 조문하기 위한 공간 등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채 내부에는 무거운 공기만이 감돌았다.
유족들만이 텅 빈 빈소를 지키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부터 조문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원청 측과 사고 책임 등을 두고 아무런 협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장례 절차도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로 숨진 A(60대·남)씨의 유족들은 예기치 못한 사고에 아직까지 고인이 숨진 게 믿기지 않는다며 취재진 앞에서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A씨의 아내는 "빨리 빈소를 차리고 마지막 가는 길을 잘 보내주고 싶다. 지금 남편이 계속 안치실에 있다"며 "어제 뉴스를 계속 틀어놓고 있었으면서도 남편이 일하는 곳인 줄은 몰랐다. 어떤 일을 하다가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관리실에서 경찰이 연락 왔다고 해 사고 소식을 그렇게 처음 들었다. 원래 공연 기획 일을 하다가 퇴직하고서 이 일을 한 것 같다"면서 "유류품에서 남편 물건이 나왔다고 해 확인했더니 남편이 너무 멀쩡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며 흐느꼈다.
유족들은 당시 어떤 공사가 이뤄졌고 왜 이런 사고를 당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언론 보도로만 소식을 듣고 있다며 입을 모은다.
특히 숨진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가 모두 다르고 하청 구조도 얽혀 있어 산재보험 가입 여부도 제각기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숨진 노동자 가운데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또다른 희생자 B(40대·남)씨의 삼촌은 "조카가 산재보험이 가입돼 있지 않았다. 원청에 일용직 노동자도 보험 가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면서 "원청은 어제 신원을 확인하는 데만 종일이 걸렸다는 입장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늦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B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지인 소개로 만난 분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예비 신부가 외국인이라 지난해 12월 신부 모국에서는 결혼식을 올렸고 올해 한국에서도 간단히 식이라도 올리려 했는데 이렇게 돼버렸다"며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유족들은 빠르면 이날 늦은 오후부터 빈소를 차리고 조문을 받을 계획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원청과 수사 기관 등에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전날 오전 10시 50분쯤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공사 작업자 6명이 숨지고 소방대원을 포함한 27명이 다쳤다. 불이 난 리조트에서는 오는 5월 문을 열기 위한 내부 인테리어 등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일각에서는 건물 내부에 각종 공사 자재가 쌓여 있고 자재에는 가연성 물질도 있어 피해가 컸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방당국과 경찰 등 관계기관은 오는 16일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인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