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상징' 광주 금남로 뒤덮은 내란 옹호 집회…"참담하다"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 찬탈을 목적으로 일으킨 내란에 맞선 무고한 광주시민들이 무참히 죽어갔던 광주 금남로.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공간인 이곳에서 12.3 내란사태를 옹호하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15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앞.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이들은 금남로 일대 왕복 6개 차로 2km를 가득 메우고 "헌재 탄핵 기각", "윤석열 복귀", "선관위 해체" 등을 외쳤다.
집회 구역 주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하라', '윤석열 즉각 파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탄핵 찬성 의견을 표현하는 다른 시민들과 곳곳에서 충돌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는 당초 이날 오전 7시쯤 무대를 설치하겠다고 예고했지만 8시간 전인 전날 밤 11시부터 무대 설치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윤석열정권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이하 광주비상행동)은 이날 0시부터 무대 설치를 하기로 했지만 이 같은 상황에 당혹감을 내비쳤다.
광주비상행동은 긴급성명을 내고 "어제 밤인 14일 11시쯤 세이브코리아가 경찰의 보호 아래 5월 영령들의 피와 혼이 깃든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으로 집회 무대를 설치했다"며 "15일 오전 7시부터 설치하겠다는 무대를 마치 군사작전 하듯 전격적으로 앞당겨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안전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위해 세이브코리아 측에 금남로 5가쪽에서 집회를 개최토록 해달라는 광주시민의 요청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어젯밤 자정 무렵부터 무대를 설치할 수 있게 교통을 통제해 달라는 광주비상행동의 요청을 역이용해 세이브코리아 측에 11시부터 무대를 설치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기까지 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끝으로 "내란 옹호 동조자들에게 묻는다. 1980년 5월, 전두환의 불법 계엄에 맞서 저항하다가 피 흘리며 죽어간 땅 위에서 내란을 옹호하며 선동할 수 있게 되어 기쁜가"라며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꼭 둘러보고 가시라. 거기에 80년 5월, 살인마 전두환의 불법 쿠데타에 맞서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피 흘리며 죽어간 광주시민들의 이야기와 이들을 총칼로 학살한 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고 전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광주시청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내란 동조 세력이 잇따라 광주를 찾아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며 "5·18 민주광장에는 내란 선동 세력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내란 옹호 집회를 규탄했다.
이날 열린 내란 옹호 집회는 기독교 예배 형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지난 11일 광주광역시기독교교단협의회는 성명을 내어 "5.18광주정신을 폄훼하고 사법체계를 능멸하며 기독교신앙을 오염시키는 극우집회는 광주에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단협은 "우리 광주의 기독교인들은 분명히 밝힌다. 12.3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심판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맡기고, 나락으로 떨어진 국격회복과 민생안정, 국민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진보와 보수를 떠나 헌재와 법원 등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체계를 무시하고 극한의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극우집회는 결코 기독교의 정신이 아니다"면서 "극우세력의 광주 집회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광주비상행동의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사전 집회는 반대 집회와 100m 인근의 가까운 거리에서 진행돼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