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에 국회 달려간 K자동차·반도체·배터리 업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장벽을 높이며 관세 전쟁을 예고하자 우리나라 주요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국내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업계는 13일 일제히 국회를 찾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지원책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략산업 보호를 위해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서 '전략산업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 간담회' 개최13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정태호 의원 주관으로 '전략산업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 필요성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수출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요청하는 학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산업연구원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예전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강조했지만 지금은 기업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할 때"라며 "어쩔 수 없이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나갈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고 아예 현지 생산을 안 하면 안 되게끔 하는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국내 공급망 확충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 여건 개선에 대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조수정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생산세액공제와 직접 환급 제도가 없는데 지금 전 세계적으로 산업 정책에 대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사례가 우리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로 작용할 것 같다"며 전략산업 생산세제 도입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배터리, 청정에너지 부품 등 적격 부품을 생산하고 이를 판매한 경우, 생산량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액공제 혜택보다 직접 환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립대 김우철 세무학과 교수는 "신산업 분야에서 강력한 국가주의, 국가 개입주의와 강력한 산업 정책이 등장하면서 각 국의 민간 기업이 경쟁하는 게 아니고 국가가 경쟁을 벌이는 구조"라며 "한국의 경우 민간과 정부의 협조가 매우 느슨하거나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산업의 경우 이익이 나려면 장기간 투자한 이후에야 현금흐름이 개선된다"며 "다이렉트 페이(직접 환급)을 활용하면 기업이 느끼는 세제지원의 체감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의 지원책 요구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김주홍 전무는 "국내 자동차 업계는 중국차에 대응해야 하는데 잘 안된다. 현재 할 수 있는 게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차등화해 중국차와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전반적인 측면에서 국내 생산 촉진 세제는 이런 부분을 아우를 수 있는 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이어 "국내 생산 기반이 유지되지 않으면 생산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국내 생산 촉진 세제가 도입돼 우리 업종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최종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무는 "한국 배터리 기업은 전기차 캐즘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라며 "이번에 실기하면 배터리의 꽃이 개화하기 전 씨앗이 메말라 죽을 지경"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투자 시 총 투자액의 최대 40%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미국은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환급해 주고 제3자에 양도해 줄 수 있는 것을 제공한다"며 "우리 전략산업 생산 촉진 세제 도입도 직접 환급 제도와 제3자 양도를 통해 실질적인 기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도 전략산업 생산 촉진 세제 도입에 대해 "상당히 공감하고 필요하다고 본다"며 "첨단산업으로 갈수록 소부장 산업이 중요한데 국내 소부장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공감했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김평중 총괄본부장도 "내수만으로 국내에서 사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국내 기업의 생산 전체를 공제 대상으로 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035년까지 생산비 15%를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법안을 발의하며 전략산업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법안을 추진 중이다. 법인세 공제 한도는 최대 10%로 설정해 뒀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지난달 20일 현대차 아산공장을 방문해 "국내 생산·고용을 늘리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날 '이차전지 경쟁력 강화 토론회'도 열려
한편 같은날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이차전지 포럼-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소재산업 경쟁력 강화 토론회도 열렸다. 국민의힘 박성민·이상휘 의원과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협회가 주관한 토론회다. 해당 토론회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재범 수석연구원은 주제 발표에서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산 배터리 소재가 글로벌 시장에 과잉 공급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중국 제품과 원가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경제 안보 품목을 대상으로 생산 보조금을 지원하고,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이정두 배터리 PD도 최근 중국 CATL이 주요 협력사의 R&D사업 자금까지 부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사례를 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R&D 지원 없이는 산업을 선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에서는 업계의 지원책 요청이 이어졌다.
포스코퓨처엠 한미향 실장은 "이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음극재는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품목으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 최우선"이라며 "중국산 음극재 제품과 경쟁을 위해서는 생산 촉진 보조금과 같은 재정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고려아연 이상근 본부장도 "이차전지 소재사업은 전기 다소비 업종이라 전기요금 부담이 원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며 "국내 이차전지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