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극렬 지지자 점거한 헌재 주변…욕설·몸싸움 '얼룩'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 기각이 이뤄진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헌재) 일대에선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욕설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현장에 난입을 시도하고 '윤석열 파면'을 외치는 유튜버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재 앞 찬반 집회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날 헌재 정문 앞과 맞은편 인도는 윤 대통령 지지자 수백 명이 점거했다. 정문 앞에는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삭발식과 단식 농성에 참여하는 지지자들이, 맞은편에는 '1인 시위를 하는 중'이라며 보수 유튜버들이 진을 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당원들과 시민단체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시도했지만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거센 비난과 욕설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 등 조국혁신당은 오전에 광화문 이순신동상에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삼보일배를 시작해 오후 12시 30분쯤 헌재 별관 옆 골목에 도착했다. 이들은 '윤석열 파면, 검찰 해체'라고 적힌 대자보를 몸에 걸친 채 헌재 정문으로 향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호루라기를 불며 거세게 반발했다.
현장에선 "빨갱이들은 이북으로 돌아가라", "꺼져라", "미친x들아 왜 여기서 xx이야?" 등 욕설과 혐오 발언도 난무했다. 이에 경찰은 헌재 별관 옆 골목 앞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차량을 동원해 조국혁신당 당원들과 대통령 지지자를 분리했다.
비상행동도 오후 1시 30분에 헌재 정문 앞에서 진행하려던 윤 대통령 탄핵 촉구 긴급 기자회견 장소를 안국역 4번 출구 앞으로 바꿨다. 비상행동 관계자는 "(극우 세력이) 헌재 정문 주변 인도를 모두 점거하고 있다"며 "안전이 우려돼 장소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즉각 파면 단식농성'이라고 적힌 대자보를 몸에 걸친 비상행동 공동의장단과 활동가들이 안국역 4번 출구로 향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따라붙었다. 이들은 "미친x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오느냐", "너희들이 나라를 망친다"며 항의했다.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비상행동 박석운 공동의장은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는 일부 극우 아스팔트 세력들의 그런 난동과 폭력에 굴해서는 안 된다"며 "폭력과 난동까지 동원된,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겁박은 단호하게 응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관들이 저들에게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발언이 이어지는 중에도 일부 대통령 지지자들은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기자회견 현장으로 난입을 시도하며 "개xx들 꺼져라", "민주당은 해체하라", "빨갱이는 죽x라"며 과격 발언을 퍼부었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을 뿌리친 채 기자회견 주변을 맴돌며 욕설을 이어가는 지지자도 있었다.
헌재 인근에 탄핵을 촉구하는 유튜버들도 몰리면서 보수 유튜버와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날 안국역 5번 출구에서는 '윤석열 파면, 주가조작범 김건희 구속'이라고 적힌 깃발을 든 남성 1명을 윤 대통령 지지자 10여 명이 둘러싼 채 "좌파는 돌아가라"고 고성을 질렀다.
급기야 오후 2시쯤에는 안국역 5번 출구 앞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윤석열 구속'을 외치던 한 유튜버와 태극기를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해당 유튜버가 '윤석열 파면'을 외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자 지지자 여러 명이 어깨를 부딪치며 통행을 방해했고, 지지자 3명이 해당 유튜버를 둘러싸고 밀치기 시작했다.
이후 지지자 1명이 해당 유튜버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폭행하려 했지만 또 다른 지지자들과 경찰의 저지로 큰 부상을 입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