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정희 묘역도 참배한 이재명 "급한 건 국민 통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과 포스코 초대 회장인 박태준 전 국무총리 묘역에 참배했다.
이 후보는 28일 오전 9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이 후보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마친 뒤 현충탑에 도착해 분향했다. 이 후보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이 주인인 대(大)한민국, 국민과 함께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참배에는 박찬대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홍성국∙송순호 최고위원 등 당내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도 참석해 이 후보와 함께 묵념했다.
분향 직후 이 후보는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았다. 전직 대통령 참배를 마친 이 후보는 발걸음을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묘역으로 돌렸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박 전 총리 묘역 참배는 김민석 최고위원의 건의로 이 후보가 즉흥적으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찾고, 박 전 총리 참배까지 추가되면서 이 후보의 현충원 참배 일정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됐던 당 최고위원회의도 오전 11시로 30분 연기됐다.
이 후보의 보수 정당 출신 전직 대통령의 묘역 참배는 본선을 앞두고 외연 확장에 속도를 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날 열린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통합'을 14번 외치는 등 대선 출마 선언 이후부터 보수∙중도층 포섭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후보는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가장 큰 과제는 내란을 극복하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우리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거기에 좌우와 진보∙보수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이날 행보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헌정파괴 세력을 징치(懲治)하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것뿐 아니라 정상적 민주공화정을 회복하는 데 공감하는 모든 세력들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하지만, 오른쪽 길로 갈지, 왼쪽 길로 갈지 보다는 일단 뒤로 가는 세력의 시도를 막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민주당 지도부의 행보 때문에 의구심을 갖거나 서운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평가는 평가대로 하고, 공과는 공과대로 평가하되 지금 당장 급한 것은 국민 통합이고, 국민들의 에너지를 색깔 차이를 넘어 다 한데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3시에는 경기 이천시에 있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기업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