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장 퀴어축제 불참 결정에…반발 직원들 '자체부스' 계획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퀴어 축제 불참 결정에 반발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일부 직원들이 해당 축제에 별도의 자체 부스를 설치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년 간 퀴어 축제에 참여했던 인권위에서 오는 6월 축제엔 불참 결정을 내리자 내부 비판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인권위 내부에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엘라이 모임'은 최근 내려진 인권위 기관 차원의 퀴어 축제 불참 결정과 관계 없이 '인권위원회 엘라이모임' 이름을 내걸고 퀴어축제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 인권위는 오는 6월 14일 열리는 제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퀴어 축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올해 '서울퀴어축제 조직위원회'와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가 6월 14일 같은 날 개최 예정인 각각의 행사에 부스 운영 등 지원을 요청했다"며 "인권위는 입장이 다른 양측의 행사 중 어느 한쪽의 행사만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양측 모두의 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특정 이슈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자칫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균형성과 형평성 등에 문제가 될 수 있어 부득이 홍보부스 미운영을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해당 결정은 안 위원장이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직원들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퀴어 축제에 참여했던 인권위가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인권위 최준석 성차별 성소수자 전문관은 "안 위원장이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입장보다는 본인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게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퀴어 축제에) 일시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됐지만, 인권위 직원 모임이더라도 그 자리를 지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권위 이름을 갖고 참여할 것"이라며 자체 부스 준비 배경을 설명했다.
최 전문관은 "(안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9월 국회 청문회 때부터 (퀴어 축제에 참석한다면) 퀴어 반대 집회에도 참석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었기에, 이번 불참 결정을 예상했었다"며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다른 집단에 비해 더 심한 만큼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을 보호하고 지지해주길 원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퀴어축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인권위는 매년 조직위 측과 파트너십을 맺어 참여한다는 연락을 먼저 해왔으나 올해는 연락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위 관계자는 "인권위에 먼저 연락을 했으나, 내부 상황 때문에 기관 이름으로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전달 받았다. 다만 인권위 직원 차원에서 부스를 설치할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해까지 8년 간 매년 퀴어축제에 공식적으로 참여해 왔다. 축제 현장에 인권위 이름을 단 부스 설치하고, 인권위가 위치한 서울 중구 저동빌딩에 레인보우 플래그 게시했다. 지난해에는 송두환 전 인권위원장이 퀴어 축제 부스를 돌며 인사와 격려를 했고, 2023년에는 인권위 염형국 차별시정국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가 연대 발언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