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협상 키 받은 통상본부장 "새 술은 새 부대에…새롭게 시작"
여한구 신임 통상본부장은 12일 대미(對美) 관세와 관련한 '줄라이 패키지'(7월 포괄합의)를 앞두고 "협상의 연속성은 유지하겠지만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새로운 시각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 "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미 관세) 협상 관련 새 정부는 앞으로 5년, 미국은 4년인데 그동안의 한·미 간의 산업·기술 투자에 있어 광범위한 범위의 새로운 협력 틀을 짜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여 본부장은 "(지금까지 협상은) 실무 차원의 테크니컬한(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협의는 계속 진행됐다"면서도 "새 정부가 들어왔으니 지금은 큰 그림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협상을 어떻게 우리가 정의하고 어떤 방향으로 할 지 양국의 미래 협력 관계 청사진을 만드는 큰 그림부터 디테일까지 새로 시작을 한다고 보면 된다"도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협상을) 임시적인 체제에서 진행했지만 지금은 산업·에너지·투자·통상 모든 것에 걸쳐 있다"며 "모든 부처 차원에서 이런 영역을 망라하는 TF(태스크포스)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여 본부장은 이날 오전 취임사를 통해 TF를 확대 개편하고 실무 수석대표도 국장급에서 1급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여한구 신임 통상본부장 "한미협상 총력대응체제 구축…대미협상TF 확대")
여 본부장은 또 "빠른 시일 내 미국 장관과 만나서 본격적으로 협상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저희가 (미국 측에) 요청해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까지는 어쩌면 민주적 정당성이나 맨데이트(mandate·권한)가 부여되지 않았던 상태였기 때문에 실무 협상에 나선 분들은, 열심히 할 부분은 하지만 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라며 "지금은 새 정부가 민주적 맨데이트를 갖고 들어와서 최대한 협상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의 이런 발언은 12.3 내란 사태 이후 사실상 컨트롤타워 없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응해 온 측면이 있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이제부터는 진용을 가다듬고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과의 '윈윈'(win-win)도 거듭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우리나라가 미국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미국도 우리를 필요로 한다"며 "미국과 한국의 공통 분모, 상호 호혜적인 부분을 만들어서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 협상팀의 과제는 그런 상호호혜적인, 윈윈 가능한 것을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상 유예 가능성에 대해서는 "협상이라는 것은 1년을 하건 2년을 하건, 중요한 결정은 마지막 며칠을 남겨두고 되는 경우도 많다"며 "다른 국가에 비해 늦을 수는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캐치업(catch up·따라잡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무역협상 기한 연장 용의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시한 연장 의사가 있다'고는 했지만 여기에 무게를 두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다. 여 본부장의 발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관세 정책의 높은 변동성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현재는 '뉴노멀'"이라며 "미국 법원에서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상치되는 듯한 판결이 나오면서 여러나라에서 혼돈이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와 지속 가능한 무역, 통상, 투자 관계를 만들려면 법원 판결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미 행정부와) 협상을 통해 윈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불확실성의 롤러코스터 끝에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 본부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협력을 강조했던 것에 대해서는 "(신임 통상본부장으로)발령날 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말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원론적으로는 일본과 우리나라는 전략적 협력이 중요하고, 전략적 이해가 많아서 협력할 부분은 체계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