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김선수 전 대법관, '대법원 증원·재판소원'에 우려 표명
대표적 진보 성향 법조인이자 참여정부 사법개혁 작업을 이끈 김선수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17기)이 12일 여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 "하급심 강화라는 법원의 근본적 개혁방향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며 우려했다.
김 전 대법관은 12일 '법률신문'에 실은 '법원 개혁 방안과 추진 체계·일정에 관한 관견(管見)'이라는 장문의 특별기고문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추진 중인 사법개혁법안 전반에 의견을 밝혔다.
그는 대법관 증원이 여러 번 시도된 적 있고 최고법원 위상 추락, 정책적 판단 기능 약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면서 "빈번한 인사청문회와 임명 지연 등으로 혼란과 재판 공백이 야기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가 재판 결과에 승복하는 비율은 법관이 사건에 들인 시간에 비례하는데 각 사건에 들이는 법관의 시간을 늘리려면 법관을 증원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하급심, 특히 1심 판사를 증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증원 여부를 결정하려면 규모뿐 아니라 소부 구성을 몇 명으로 할 건지, 소부를 전문재판부 형태로 운영할 것인지, 대법원의 역할 중에서 법령해석의 통일을 중시할 것인지 권리구제를 보다 중시할 것인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이 중요 사건에 대해 충실하게 심리하고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정책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심도 있게 심리할 사건을 선별하는 '상고심 실질 선별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사항을 전제로 대법관 수에 관해선 △현행유지 △4명 증원으로 소부 1개를 늘리는 방안 △12명을 증원해 소부 3개를 증원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중에서도 4명 소부 1개 증원시 소부를 전문부로 운영할 필요가 없고, 17명 전원합의체 운영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관 자격을 비법조인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에는 "임용자격을 비법조인으로 확대해야만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아울러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 적어도 1명은 판·검사 출신 아닌 법조인을 임명하는 방안과 법원조직법에 대법관 임명시 배경, 경험, 가치 등에서 다양성이 반영되도록 해야한다는 원칙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김 전 대법관은 또 재판소원을 도입하는 헌재법 개정안에는 "현행 헌법하에서 헌재법만 개정해 재판소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4심제 도입"이라며 비용을 감당할 강자와 부자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법시험 27회에 수석 합격했지만 변호사의 길을 택한 김 전 대법관은 첫 직장이 '인권변호사'의 대명사인 고 조영래 변호사의 시민공익법률사무소였다. 대표적 노동·인권 변호사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창립 멤버이자 회장을 지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사법개혁비서관을 역임하며 참여정부 사법개혁 실무를 이끌었다. 당시 로스쿨,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 사법제도 개선 큰틀을 짠 사법개혁위원회에 이어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을 맡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김명수 전 대법원장 제청으로 대법관으로 재직했다.